미스터 후회남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나의 점수 :
사실 소설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반디앤루니스에 다니는 친구 덕분에 좋은 소설을 많이 알게 됐다. 친구가 권해줬던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는 정말이지 최고의 소설이었다. 야구얘기를 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도대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그런 문장들이었다. 그래서 더욱 멋진 글이었다. 말로만 듣던 '언어 그 자체'를 다루는 글이 이런 것일까 싶었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에 이어 읽은 <사요나라 갱들이여>도 멋졌고 <겐지와 겐이치로>도 좋았다.
함부로 말하긴 그렇지만 내가 읽었던 글 중 최고의 글들 중 하나였음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 일본 소설에 이어 이번 중국 소설 또한 중국에 관해서 많은 것을 말해주었다. 사실 가오싱젠이 노벨 문학상을 탔을 때 <영혼의 산>을 읽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그건 숫제 문학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겉멋에 오기를 부려 읽어내려 간 것에 불과했다.
쩡광센, 미스터 후회남. 내가 이 소설에 푹빠져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소설이 주구장창 여자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여자로 인해 혹은 자신이 내뱉은 경솔한 말들로 인해 불러일으킨 후회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쩡광센은 자신의 경솔한 말한마디로 인해 아버지가 '국형'에 버금가는 고통과 비판대에 서서 사람들로 부터 손가락질을 당했고 그로 인해 아들은 아버지와 갈라섰고 어머니는 호랑이에게 몸을 던진다. 자신의 정직한 '고발'이 가족을 몰락하게 만든 것이었다. 사랑을 고백하며 치마를 내리기까지 한 샤오츠에게는 '저질'이라고 피해버리고 샤팡(下放)에서도 빠져버린다. 그는 소설에서 마지막 서너페이지에 걸쳐서 인생을 다시 복기하던 후회스런 일들의 일대기를 뒤집어 헤며 후회스런 일들의 목록들을 하나하나 주억거리며 드디어 미스터 후회남의 인생을 완성한다.
I knew if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would happen.
"우물 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새겨진 글이란다. 여기에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제기랄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요즘 가장 생각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