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욱 저열해지고 있고 그 저열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적당할까를 고민하는 저열함에 또한 빠져있다.
비열하다. 여전히...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더니 내 블로그인데도 어색하고 막 그렇네요.
벌써 한국을 떠난지 1년도 더 지났습니다. 블로그 친구분들도 다들 각기 자기 길을 찾아 떠나고 그다지 많이 남아있진 않네요. 그래도 '카'님 블로그는 언제나처럼 정겹고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글들이 있어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다른 분들도 잘 계시지요?
밴쿠버에 겨울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스산한 바람이 불며 오후가 되었나싶으면 벌써 어둑어둑해집니다. 위도가 49도 정도이니 처음에는 블라디보스톡이나 하얼빈 정도라도 되나 했었는데 그보다도 훨씬 더 위에 붙어 있더군요. 그런데도 날씨가 그다지 춥진 않아서 살기에는 좋다고 합니다. 저도 추위를 싫어해서 나쁘진 않습니다만, 겨울비가 장맛비처럼 하염없이 내릴 때면 내가 확실히 어딘가로 떠나 있음을 실감합니다. 봄을 넘어 여름으로 치달아갈 때에도 저 멀리 록키 산맥 꼭대기에는 여전히 하얀 고깔같은 눈들이 쌓여있고 들판에는 더운 바람이 불어올 때도 저는 이방인입니다.
오늘 다시 받은 비자로 임시운전면허증을 다시 발급받았습니다. 두달 여 만에 다시 잡은 운전대가 무겁게 느껴졌지만 만삭의 아내를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 싶었지만 결국 쌀도 떨어지고 냉장고는 비어가는 관계로 식료품 쇼핑에 나섰습니다. 여기는 TV도 소설책도 만화책도 '소녀시대'도 없습니다. 그래도 한국 생각이 아직 그리 많이 나진 않습니다. 여름에 필동 면옥이, 우래옥이 사무쳤던 적이 있었지만 금방 극복했습니다. 횟집이 생각나면 초밥 먹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초밥집에 가진 않습니다. 비싸거든요. 누군가가 보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이 곳의 울창한 숲이 우거진 도심 속 공원이나 바닷가를 걷다가 문득 그럴 때도 있습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비가 들이쳐 우산 속을 적실 때도 이제 여기에는 나와 아내 그리고 곧 우리에게 올 아이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고 계신 그 분을 함께 생각합니다.
오늘 내린 비 속에서도 말입니다.


일시 2010. 9. 10. (금) 7pm ~ 9pm (강연 및 토의)
장소 아트센터 나비
수강료 무료
문의 김영주 ykim@nabi.or.kr / 02-2121-0925
<뉴미디어의 언어>의 저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프 마노비치는 거대한 문화적 데이터베이스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인터랙티브하게 시각화시키기 위해 컴퓨터 기반의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들이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였던 것처럼 이제는 인문학에서도 문화의 분석을 위해 과학의 분야에서 사용되었던 연구 방법론이나 기법들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찾기 위한 실험은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그로 인한 사회 문화적 현상들에 대한 분석 방법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연구방법론에서 보지 못했던 문화 요소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강연자 소개
레프 마노비치는 미디어문화 이론가로서, Software Studies Initiative (UCSD and Calit2)를 2007년에 설립하고, 소프트웨어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마이닝 data mining과 문화 데이터 셋을 실시간으로 시각화시키는 것에 대한 실험으로부터, 문화 분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NYU에서 실험심리학 학사를, 로체스터 대학에서 비주얼 문화 스터디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UC 샌디에이고의 비주얼 아트 학부에서 디지털 아트 및 디지털 문화의 역사와 이론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다』 (2008), 『소프트 시네마: 데이터베이스 탐색』 (2005), 『뉴미디어의 언어』 (2001) 등이 있다.
<옥희의 영화>를 봤다. 지난 신디(Cindi)에서는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엉클 분미>도 봤다. 글쎄 예전처럼 전투적으로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더 평안히 넓게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발견하려 애쓰기보단 그저 다가오는 것들을 껴안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난 항상 더 많은 영화를 더 자세히 보지 않았던 것에 안달나 있었던 듯 하다. 지난 비디오떼끄시대의 B자 복사본들이 수없이 꼽혀있었던 '빛'부터 문화학교 서울의 세상 어느 곳보다도 휘황찬란했던 프로그램들까지 모조리 섭렵하리라 강박만 가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왠걸 비디오였기에 가능했던 불법 복제비디오 혹은 레이저디스크의 빛들이 낡은 프로젝트를 통해 흘러나왔던 그 때에도 사실 그다지 충실한 비디오광은 아니었다. 덕분에 주억거리는 제목들만 늘어나고 봐야 할 영화들만 쌓이며 나는 말그대로 DVD수집에 매달렸고 강의에 필요한 고전영화들과 중국의 해적판까지 두루 소장하게 됐다. 그렇다고 내가 가진 영화들을 모두 봤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 중에는 욕심에 일본어 자막에 불어대사로 된 <엄마와 창녀>까지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후회하진 않는다. 대신 미국과 일본의 아마존에 내 계정이 생겼으니 말이다.
다시 <옥희의 영화>로 돌아가자면 난 이제 <해변의 여인>과 <잘 알지도 못하면서>등의 영화를 보고나서 홍상수에게 더 이상의 기대는 한 수 접고 즐기자고 마음 먹었었다. 그런데 그는 자기복제를 넘어서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옥희로 출연한 정유미의 말처럼 진심으로 신기했고 영화가 참 좋았다. 그들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다만 진심을 담아 했던 연기들이 앙상블을 이루고 멋진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그 순간들 바로 그 순간들의 편린들이 빛나는 그런 영화였다.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고 드러내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들을 기어코 드러내어 바래도록 오랫동안 보여줄 수 있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다시한번 정유미의 말처럼 '오랜만에 영화 같은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정유미가 처음으로 <옥희의 영화>를 보고 느낀 소회이다. 동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