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분들의 포스팅과 리뷰와는 별개로 나는 이 책을 쓴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늘어놓고 싶다. 책에 소개된 대로 그는 이 책이 벌어들일 인세의 상당부분을 시민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그가 이미 자신의 신체를 기증하기로 했던 것처럼 자신의 재능으로 생긴 재화 역시 남과 나누려는 것이다. 그가 예전에 써 둔 유언장 역시 그의 사후에 자신의 재산의 용처를 분명히 밝혀놓았다. 책에서 언급한 단체들 외에 이러저러한 시민단체와 기관들에 자신의 재산을 기부할 의지를 일찌감치 밝혀둔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이미 자신의 신체와 재산을 타인들과 공유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그는 가장 말과 삶의 일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그 준열함에 버금가는 삶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갈구하는 사람이다. 이 책의 모든 사진들이 그의 작품임이 증명하듯 그는 글과 사진이 함께 제주의 풍광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이제토록 쓰고 찍어왔다. 사실 이 책의 사진들은 으레 그렇듯이 그의 허다히 많은 사진들 중 선별된 소수의 사진들이다. 그가 항상 들고 다니던 미놀타 카메라는 이 사진들을 남겨두고 수명을 다했다고 했다. 카메라의 수명이 다하도록 담아낸 제주의 풍광들은 '풍경화'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고 이제 내 손에 그의 삶이 녹아든 여행기와 그가 담아낸 사진들이 실린 책이 놓여있다. 단언컨대는 이 책의 대부분은 그가 제주를 다녀올 때마다 부지런히 썼던 포스팅과는 전혀 다르다. 책을 처음 받아들고 목차를 살피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 바로 이것인데 그는 이제까지 그가 기록해 왔던 제주를 버리고 새로운 '제주 풍경'을 썼던 것이다.
나는 그와 딱한번밖에 제주를 함께 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제주에 머물던 기간에도 가보지 못했다. 가장 후회스런 일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뼈아픈 일은 그가 말과 글 그리고 삶으로 보여주었던 많은 사소한 '위대함'들을 아직도 전혀 배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가 무언가를 나누기 위해 애쓰는 동안 나는 빈손으로 흘려버리거나 그 무언가를 써버렸다.
나는 그가 앞으로도 더 많은 글을 써주길 기대한다. 그는 그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이다. 아마도 앞으로 그가 쓰는 모든 글들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것이 여행기이든 소설이든... 그래서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덧글
진광불휘 2010/03/23 23:51 # 삭제
너무 지나친 과찬을... 저 역시 책을 낸 게 처음이라, 아닌게 아니라 정말로 민망하고 부끄러워요. 책 드리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쑥쓰럽고 그래서 눈도 잘 못 쳐다보겠더라구요.저는 자인님이 쓰신 것같이 훌륭한 인간은 못 되지만...그래도 벼리고 벼리고 벼리고 나면 조금씩 더 나아지는 부분은 있겠지요.
고맙습니다. 고마운 포스트, 살짝 스크랩할께요.
자인 2010/03/24 22:12 #
책 찬찬히 잘 읽고 다시 포스팅 하도록 할께요. 책을 다 읽고 다시 제주도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과 멋진 삶, 앞으로도 쭈욱 보여주세요.^^
wannav 2010/03/29 10:58 #
아... 만년만에 접속을 했는데 기쁜 소식이 들리네요. 축하합니다, 진심으로~! ^-^